영화 카시오페아, 딸과 아버지의 특별한 동행

반응형

영화 카시오페아 포스터

낮에도 지켜주는 별자리, 카시오페아

'수진(서현진)'은 잘 나가는 대형 로펌의 변호사다. 그녀는 이혼 후 하나밖에 없는 딸 '지나'를 완벽하게 키우는 완벽한 엄마가 되길 바란다. 그러나 변호사인 수진은 바빴고, 지나와 있을 시간이 부족해 수진의 아버지인 '인우(안성기)'가 종종 지나를 돌봐주러 온다. 지나는  이제 쓰지 않아도 괜찮다는 일기를 왜 안 쓰냐며 화를 내고, 친구와 노는 것보다 공부가 중요하다는 엄마 수진과 자주 다투지만, 할아버지 인우는 그런 지나의 마음을 달래준다. 그러던 어느 날 지나가 유학을 가게 된다. 그런데 바쁜 수진은 다시 회사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 생기고 결국 딸 지나의 출국을 보지 못한다. 평소처럼 수진은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길 인우에게 전화로 자신의 딸인 '지나는 어디 있냐, 공항에 얼른 가야 한다'며 묻는다. 이런 상황을 이해할 수 없는 인우는 수진과 실랑이를 벌이게 되고, 급하게 공항으로 이동하던 수진은 접촉사고가 난다. 병원에서 진료를 받게 되고 뜻하지 않은 이야기를 듣게 된다. 알츠하이머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초로기 알츠하이머'라는 진단. 수진은 나중에는 자신의 딸인 지나조차 잊어버리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빠지고, 인우는 그런 수진의 곁에서 유일한 버팀목이 되어준다. 과연 수진은 기억을 잃지 않고 가족을 지킬 수 있을지. 부녀의 애틋한 동행은 어떤 길로 접어들게 될지 기대된다.

상업영화와 독립영화의 중간

지난 6월 개봉한 <카시오페아>는 8.42의 평점을 받으며, 지극히 현실적이지만 판타지 같은 이야기라고 관객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메가폰을 잡은 신연식 감독은 알츠하이머를 소재로 다룬 과정에 대해서 "다른 작품과 똑같이 자료조사를 했고, 아버지가 젊은 시절에 하지 못했던 육아의 과정을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여기에 육아의 과정을 역순으로 하는 리보스 육아를 영화에 투영한 것이라고. 알츠하이머 환우들에게 작품이 상처가 될까 봐 연출에 많은 공을 들였다고 한다. 실제 영화는 개봉 후, 알츠하이머 환우들이 '위로가 됐다.'는 평을 전했다. 그만큼 감독과 배우들이 신경을 썼다는 반증이다. 그리고 이러한 가족영화에는 늘 덧붙는 말이 있다. 한국영화에 또 신파일 것이다라는 우려. 신연식 감독은 이에 대해 신파를 걱정하지 않았다고 한다. 의도적으로 신파를 피하려 하거나 계산해서 만든 작품이 아니라 집 안에서 부녀의 현실적인 동선을 통해 만들어낸 작품이라고. 그 덕에 억지 감동이 아닌 자연스럽게 눈물이 났다는 평이 다수를 이뤘다. 영화는 그의 말처럼 러닝타임의 절반 이상을 배우 두 명이 집안에서 끌고 간다. 영화는 상업영화인데 분명히 상업적인 선택은 아니다. 제작 투자자들의 많은 우려가 있었지만 신연식 감독은 본인이 의도한 100% 그대로 제작했다고 한다. 오히려 이런 방향이 많은 이들에게 만족감을 주었다. 이 작품이야 말로 진정한 상업영화와 독립영화의 중간이다.

공감하게 만드는 연기력, 판타지를 현실로 만드는 순간

'알츠하이머'라는 소재는 지독한 현실에 기반한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법한 일이지만 누구나 감당할 수 있는 병은 결코 아니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판타지스러운 현실이다. 영화는 감독이 의도한 대로 신파 없이도 눈물을 흘리게 만든다. 가족의 의미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는 것이 아니라 '있을 때 잘하자.'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 한다. 영화에서 특별하게 억지스러운 요소는 없다. 대놓고 눈물 흘리게 만들겠다고 느껴지는 작위적인 부분도 없다. 영화를 보면 그냥 눈물이 저절로 흐르게 만든다. 영화라기보다 다큐멘터리에 가깝게 느껴지는 연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큰 울림을 줄 수 있는 이유는 배우들의 연기력이 크게 한몫했다. 사실 알츠하이머라는 소재만 놓고 본다면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영화다. '리버스 육아'라는 소재만 제외하고 본다면 으레 가족영화가 그렇듯 뻔하다고 느껴질 만한 전개다. 하지만 안성기, 서현진 두 배우의 연기가 상황에 극도로 몰입하게 만든다. 보는 내내 안타까움, 감동, 슬픔, 분노 모든 감정에 이입되어 있는 나를 볼 수 있다. 인생 연기를 보여준 서현진은 알츠하이머를 앓는 수진 그 자체다. 이 연기력 때문에 영화가 끝나고도 여러 장면들이 생각나며 며칠간 먹먹한 느낌이 지속됐다. 그녀의 인생 연기가 인생영화를 만들었다. 이 영화에 아쉬운 점을 꼽으라면 나는 없었다. 그만큼 굉장히 잘 만든 영화다.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좋겠다.

반응형
  • 네이버 블로그 공유
  • 네이버 밴드 공유
  • 페이스북 공유
  • 카카오스토리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