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감정 로드 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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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gt; 영화 포스터

이 시대의 클래식이 될 감정 로드 무비

영화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는 '요아킴 트리에' 감독이 제작한 노르웨이 영화다. 그녀는 지난 2021년 제74회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고, 올해는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과 국제 장편영화상 후보에 올라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이 영화는 요아킴 트리에의 전작 <리프라이즈>와 <오슬로, 8월 31일>에 이어 또 한 번 노르웨이 오슬로를 배경으로 완성한 영화로, 오슬로 3부작 중 마지막 작품이다. 전 세계 영화제 22개 부문을 수상하고, 93개 부문 후보에 오르는 영예를 안으며 3부작의 대미를 완벽하게 장식했다는 평가를 얻었다. '요아킴 트리에'감독은 제작의도에 대해 고전적인 할리우드 로맨틱 코미디를 현대적으로 재 해석한 작품이라고 밝혔다. 한계에 직면하면서도 스스로 자아를 찾아가는 여성을 통해 그곳에서 보이는 모든 코미디와 혼돈을 담았다. 작품은 제작의도가 잘 반영되었고, 관람객들에게 의미 있는 메시지를 던진다.  '베니티 페어',,'버라이어티', '타임지', '디 애틀랜틱'등 유명 해외 매체로부터 '2021년 최고의 영화'로 선정되었을 뿐만 아니라 "이 시대의 클래식이 될 영화", "완벽한 로맨스의 탄생"이라고 모두 입을 모아 극찬했으니 말이다. 영화의 원 제목은 노르웨이 어로 'Verdens verste menneske' 영어로는 'The Worst Person in the world', 세상 최악의 인간을 그린 영화다. 이 제목이 국내에 들어오면서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로 바뀌었다. 영화 속 주인공 율리에의 삶을 들여다보면 번역된 제목보다 원제가 영화를 더 잘 나타냈음을 알 수 있다.

사랑과 성장 사이, 관계와 선택 사이

영화는 서른을 앞둔 울리에와 그녀의 주변 인물들을 중심으로 프롤로그, 12개의 챕터, 에필로그로 구성하여 한 장씩 단편처럼 보여준다. '율리에'는 서른을 앞둔 스물아홉 살 의대생이다. 그녀가 의대를 선택한 이유는 커트라인 점수가 제일 높아서, 본인의 성적을 증명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울리에가 진정으로 원한 꿈은 아니었다. 매일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시간을 흘려보내던 중 그녀는 깨닫는다. 육체적인 것보다 정서적인 것에 훨씬 더 관심이 많다는 것을. 그렇게 율리에는 의학에서 심리학으로 진로를 바꾼다. 하지만 머지않아 공부보다 예술이 적성에 맞다는 생각을 하고 포토그래퍼로 직업을 바꾼다. 율리에의 어머니는 처음엔 이런 그녀의 도전을 응원하지만 점점 무관심해진다. 그로 인해 카메라와 렌즈를 살 비용이 필요해진 율리에는 어느 한 서점에서 일하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연애경험을 살려 연애상담글도 쓴다. 이렇게 즉흥적인 삶을 사는 그녀는 일 뿐만 아니라 사랑 또한 즉흥적으로 했다. 심리학 강의를 듣다가 교수님과 사귀고, 사진을 찍다가 모델과 사귀고, 그러던 어느 날 모델인 애인과 함께 참석한 파티에서 그녀보다 15살 많은 유명 그래픽 노블 작가 '액셀'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점점 그에게 끌린 율리에는 그와 동거를 시작한다. 하지만 이마저도 오래가지 않는다. 액셀의 신간 출간 행사에 참여하게 된 율리에는 사회적으로 성공한 액셀과, 서점에서 일하는 자신을 비교하며 자격지심을 갖게 된다. 행사장에서 빠져나와 집으로 가던 율리에는 모르는 사람의 결혼식 피로연에 들어가게 되고, 그곳에 있던 '에이빈드'를 만나 또 첫눈에 사랑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둘 다 애인이 있기에, 서로 바람은 피지 말자며 다음날 쿨하게 헤어진다. 액셀은 '율리에'에게 함께 가정을 꾸리자는 제안을 하지만 율리에는 쉽게 대답하지 못한다. 얼마 뒤 우연히 서점을 찾아온 에이빈드를 만나게 되고 여전히 그에게 감정이 남아있던 율리에는 액셀에게 이별을 고한다. 과연 율리에의 나머지 챕터는 어떻게 흘러가게 될까?

내 인생의 챕터를 되짚어보다 

영화의 장르는 로맨스 코미디로 분류되지만 실제 영화를 들여다보면 로맨스 장르의 탈을 쓴 성장영화다. 영화의 제목만을 봤을 때는 한 사람이 지독하게 사랑하면서 '자신의 밑바닥을 전부 보여주는 이야기겠지'라고 단순하게 생각했다면, 영화를 실제 보고 난 뒤에는 '한 여자의 선택과 후회 그리고 성장, 인생의 많은 부분을 담고 있구나'라고 생각하게 됐다. 영화의 제목은 원제를 따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영화를 보면 원 제목이 이 영화를 가장 잘 표현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영화를 보면 내 인생의 챕터 중 이미 지난 앞부분을 되짚어보고, 아직 보지 못한 뒷부분은 미리 그려보기도 하게 된다. 그만큼 인생에서는 선택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을 영화를 통해 또 한 번 느꼈기 때문이다. 선택과 그에 따른 성공 혹은 실패 그리고 거기에서 얻는 교훈을 발판 삼아 나아가는 성장. 영화는 이 모든 것을 담고 있다. 지극히 한 사람을 현실적으로 그려내고 있지만 영화의 모든 것을 공감할 수는 없었다. 노르웨이의 정서와 한국의 정서는 분명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거북하게 느껴지는 지점 또한 분명히 존재한다. 보고 나서 마음이 후련해지는 깔끔한 영화는 아니었다. 시원하고 통쾌한 결말을 기대하고 본다면 실망할 수 있다. 가슴 한구석에 답답함과 먹먹함을 남기기 때문이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라는 말이 있다. 그리고 그 선택을 후회하는 지점은 항상 있다. 그게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을 툭툭 건드린다. 세상에서 가장 최악인 사람을 그렸지만 주인공인 '율리에'만 최악은 아니다. 관점을 조금 다르게 보면 '액셀'도 '에이빈드'도 누군가에게는 아주 최악인 사람으로 보인다. 깔끔한 해피엔딩을 추구한다면 이 영화를 추천할 수 없겠지만, 엔딩과 상관없이 많은 부분을 생각하면서 보고 싶다면 추천한다. 감정 로드 무비답게 사람의 마음을 건드리는 영화다. 일반적인 상업영화를 벗어난 작품이라서 개인적으로 난 좋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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