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리뷰 / / 2022. 10. 15.

영화 <거래완료> 중고거래의 참신한 힐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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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lt;거래 완료&gt; 포스터

각종 영화제를 휩쓴 웰메이드 영화

영화 <거래 완료>는 2022년 10월 6일에 개봉한 영화로 옴니버스 힐링 시네마 장르다. '중고 거래'를 소재로 다섯 가지 이야기를 담았다. 영화는 제25회 부천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에서 무려 3관왕을 수상한 화제작이다. '코리아 판타스틱 감독상', '코리아 판타스틱 관객상', '왓챠가 주목한 장편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국내 영화제를 비롯한 해외 유수 영화제에도 초청된 웰메이드 영화다. <거래 완료>는 중고거래를 주제로 총 다섯 가지 사연을 하나의 세계관으로 묶어서 보여준다. 한 에피소드에서 주연으로 나온다면 또 다른 에피소드에서는 조연으로 출연하는 등 연결점이 존재한다. 영화를 제작한 '조경호'감독은 이러한 옴니버스 세계관 통합은 2000년대 미국 영화 '매그놀리아'를 오마주 한 것이라 밝혔다. 이 작품은 조경호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이다. 그는 옴니버스로 구성한 이유에 대해 단편영화를 만들며 만났던 좋은 사람들과 꼭 소개하고 싶은 독립영화인 그리고 연극계 배우들을 모아 장편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10명 이상의 배우가 함께하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고, 그래서 옴니버스식 구성으로 제작했다는 것. 최근 현대인의 소비패턴 중 하나인 중고거래를 소재로 한다. 배우는 '전석호', '태인호', '조성하', '이원종', '최예빈'등 베테랑 배우와 신인배우들이 어우러져 함께 합을 맞춘다. 

다섯 개의 물건, 다섯 개의 사연

<에피소드 1 : 2002년 베이스볼 재킷>

'광성(전석호)'은 전직 LG 트윈스 프로 야구 선수 출신이다. 하지만 제대로 출전도 해보지 못했고, 현재는 누군가에게 급히 쫓기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그가 초등학생 '재하(임승민)'와 중고거래를 하게 된다. 한편, 재하는 야구하는 '곰 팀'을 운영하는 가족들 사이에서 몰래 라이벌인 '쌍둥이 군단'을 응원한다.  그런 쌍둥이 군단이 딱 50벌만 제작했다는 '한정판 2022년 베이스볼 재킷'이 중고거래 엡에 올라온 것을 보게 된다. 초등학생인 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 음성변조까지 하며 거래를 하기로 한다. 힘들게 모은 용돈으로 한정판 점퍼를 사기 위해 찾아간 곳은 잠실. 하지만 그곳에서 만난 판매자 광성은 '야구를 너무 좋아하지 말라'는 충고를 남기는 수상한 아저씨다. 게다가 따따블이 아니면 팔지 않겠다는 말까지. 하지만 재하는 이에 굴하지 않고 흥정을 시작한다. 너무나도 열심히 흥정하는 재하를 보며 광성의 얼굴엔 점차 웃음이 핀다. 과연 광성에게는 어떤 사연이 있었길래 재하에게 수상한 충고를 하고, 도망자 신세가 되었을까? 그리고 재하는 과연 흥정에 성공해 한정판 점퍼를 구매할 수 있을까?

<에피소드 2 : 스위치>

재수생 '민혁(권일)'은 불면증으로 고생 중이다. 한편 고3 수험생인 '예지(채서은)'는 잠에서 깨어나고 싶다. 민혁은 예지에게 잠에 빠져들게 하는 장치 '수면유도기'를 구입하려고 한다. 시계와 연동해 목 뒤에 붙이면 시간에 맞춰 잠을 자고 또 깨어날 수 있는 장치다. 서로의 상황을 바꾸기 위해 중고거래를 하기로 한다. 그날은 다름 아닌 수능 30일 전 밤이다. 시내의 한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두 사람. 민혁은 예지의 도움을 받아 그 자리에서 수면유도 기를 작동해본다. 그렇게 의도치 않게 잠이 들어버린 민혁 탓에 함께 밤을 보내게 된 두 사람. 과연 두 사람은 거래를 잘 마무리할 수 있을까?

<에피소드 3 : 붉은 방패와 세 개의 별>

'수정(이규현)'은 사형집행 담당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로커라는 자신의 꿈을 좇기 위해 일을 그만두고 싶다. 그리고 응당 로커라면 필요한 기타를 거래하기 위해 '교형(이교형)'의 연습실로 찾아가게 된다. 한편, 교형은 꿈을 이뤄 밴드의 기타리스트로 살고 있지만 생활비라는 경제적인 문제에 직면해있다. 현실적인 삶에 회의감을 느끼는 교형과 꿈을 좇아 그의 연습실로 찾아온 수정. 과연 두 사람의 거래는 어떻게 이뤄질까? 

<에피소드 4 : 사형장으로의 초대>

'나나(최희진)'는 신문방송학과에 재학 중이다. 다큐멘터리 과제를 위해 사형수인 '우철(조성하)'을 만나기로 한다. 우철은 곧 사형집행을 앞에 두고 있고, 사형집행 교도관인 '수정'은 집행 전 그의 소원을 들어주기로 한다. 우철의 소원은 80년대 고전게임인 '마성의 전설'의 마지막을 보고 싶다는 것. 한 번도 마지막 판의 보스를 깨 본 적이 없는 그는 그 게임의 마지막 보스를 클리어하는 것이 소원이다.  그리고 그 게임을 하게 해주는 조건으로 나나의 인터뷰를 수락한 것. 사형 30분 전, 25분 전, 시간은 흐르고 나나는 야심 차게 질문을 건네지만 사형을 앞둔 상황에 분위기는 묘하게 흘러간다. 면회시간은 점점 흘러가고 우철의 게임도 마지막을 향해 달려간다. 하지만 곧이어 변수가 생긴다. 과연 두 사람의 거래는 성공할 수 있을까?

<에피소드 5 : 크리스마스의 선물>

'석호(태인호)'는 작가 지망생이다. 그는 여동생 '지숙(최예빈)'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기 위해 소중하게 간직했던 '세계문학전집'을 팔기로 한다. 거래 장소에 나가니 '신사(이종원)'과 그의 어린 딸이 있다. 하지만 이를 알게 된 석호의 동생은 그 책을 팔지 말라며 막아선다. 한편 신사는 이 책들이 얼마나 가치 있는 책인지 알고 있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 실력파 번역가를 모아서 만든 최초의 전집 책이라는 것. 석호에게도 이 책은 소중하다. 전집을 통해 오랜 기간 작가를 꿈꿨다. 꿈을 가진 당시에 썼던 글귀, 등단에 실패했을 때 적어둔 메모들까지. 각 권마다 글귀를 적어두었는데 작가의 꿈을 접고 책을 팔기로 결심한 것이다. 한편, 신사는 이 전집을 꼭 딸에게 선물하고 싶다. 그런데 석호의 동생 때문에 거래의 차질이 생기게 된다. 과연 두 사람은 거래를 완료할 수 있을까?

이런 거래라면 얼마든지 돈을 지불할 수 있다

나는 사실 옴니버스 구성의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뚝뚝 끊기는 느낌도 그렇고 짧은 단편을 모아서 보는 느낌에 그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기존에 봤던 옴니버스들과는 조금 다르다. 다섯 개의 사연을 하나의 세계관으로 통합함에 있어서 단절되는 느낌이 없다. 다양한 사연들을 모아서 하나의 이야기로 풀어나가기 때문에 하나의 장편영화로 느껴진다. 스토리 전개가 작위적이지 않고, 억지로 감동을 끌어내려는 느낌도 없어서 편안하게 볼 수 있다. 가장 눈여겨볼 점은 단연 연출이다. '독립영화는 저예산이고, 그래서 연출이 별로다' 혹은 '한국형 독립영화의 한계다'라는 말은 이 영화와 거리가 멀다. 작은 것 하나하나 다 신경 쓴 게 티가 난다. 장소, 소품 그리고 음악을 비롯해 에피소드마다 같은 인물이 주연에서 조연으로 바뀌는 과정도 너무 자연스럽다. 깊게 들여다보면 판타지에 가까운 작품이다. 일상적 소재인 중고거래를 이용한 환상에 가깝다. 실제 우리가 알고 있는 중고거래는 빌런이 가득하고, 단순히 돈을 위해 사고파는 행위가 훨씬 많으니 말이다. 하지만 영화는 제삼자의 입장에서 그려진다. 소설책의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어주는 것처럼 연출된다. 하지만 그게 튀지 않도록 도입부부터 비현실적인 중고거래를 관객들에게 완전히 납득시키고 시작된다. 누군가의 중고거래 현장을 대충 보여주고 '그 안에서 이런 감동과 추억을 얻었다.'로 어설프게 끝나지 않는다. 한 사람의 추억과 인생을 거래하는 장면이 마음속에 울림을 준다. 하지만 이 모든 에피소드 전부 현실적인 현대인들의 고충 또한 담겨있다. 현실과 판타지가 적당히 섞여있기 때문에 영화를 보면서 위로를 받았다. 작품을 감상하는 내내 힐링받고 있음을 느꼈다. 오랜만에 영화다운 영화를 본 느낌이다. 돈 주고 본 게 전혀 아깝지 않고 오히려 한번 더 보고 싶다. 감독님의 차기작도 기대될 정도로 스토리, 연출, 그리고 배우들이 연기력까지 어느 하나 빠지는 게 없는 완벽한 작품이었다. 딱 하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지금이 아니라 연말에 개봉했다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정도. 독립영화의 한계를 제대로 뛰어넘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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