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리뷰 / / 2022. 10. 20.

영화 <보이스> 보이스 피싱의 민낯을 제대로 보여준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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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보이스 포스터

보이스 피싱의 민낯을 제대로 보여준 영화

영화 <보이스>는 2021년 9월에 개봉한 범죄 액션 영화다. 일상에서 굉장히 흔하게 일어나는 '보이스 피싱'을 주제로 한 이 작품은 한국 최초의 보이스피싱 영화다. 개봉 당시 13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지켰고, 누적관객수는 142만 명이다. 공동연출을 맡은 '김선', '김곡' 형제 감독은 '보이스 피싱'을 본격적으로 파헤쳤다. 보이스피싱 범죄는 무리를 형성하지 않는다. 하나의 무리라기보다는 점조직화 되어있는 경향이 많다. 이를 영화에서 다 보여주지는 않지만 최대한 많은 것을 담았다. 조직의 핵심세력인 대규모 콜센터, 인출책, 변작기, 환전소 작업 등을 전부 보여준다. 영화가 사실처럼 보여줄 수 있었던 이유는 취재 과정에 있다. 방송매체와 기사를 통해 초고를 완성한 후 금감원, 사이버수사대, 화이트해커 등을 만나면서 인터뷰를 시나리오에 담았다는 것. 영화 속에서는 생소한 단어들이 자주 등장한다. 이를테면 '변작기', '가로채기 앱'등이 그것이다. '변작기'란 해외 발신번호를 국내 번호로 조작하는 장치다. 익숙한 010으로 시작하는 번호로 바꿔 피해자들을 속이는 것이다. '가로채기 앱'이란 링크를 통해 핸드폰에 악성 어플을 깔게 만든다. 그리고 이 앱을 깔면 어느 곳에 전화를 걸어도 악성 앱을 깔게 한 곳 즉, 보이스 피싱 단체에게 전화가 간다. 그게 내가 경찰서에 직접 건 전화라도 말이다.  보이스 피싱 범죄가 점점 진화한다는 기사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영화는 이런 범죄가 있다더라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범죄가 일어나는 과정을 낱낱이 보여준다. 관객들에게 생소한 단어를 전달하고, 그것을 통해 실제 보이스피싱이 얼마나 체계적으로 이뤄지는지도 보여준다. 영화는 현재 진행형 범죄를 담고 있는 만큼 많은 부분이 현실적이다. 피해자와 가해자의 심리, 보이스피싱 범죄조직에 가담하게 되는 다양한 이유들, 날로 발전하는 수법 등을 보여주며 영화는 끝까지 관객들이 경각심을 갖게 만드는 메시지를 던진다.

단 한통의 전화로 시작된다 (줄거리, 결말 없음)

주인공 '서준(변요한)'은 전직 형사지만 현재는 공사현장에서 일하는 현장 작업반장이다. 현장에서 작업 중 안전모를 쓰지 않은 채 일하는 사람을 발견하고, 안전모를 쓰라 말한다. 그리고 잠시 후, 근무자가 서 있던 바닥이 떨어지며 안전장치에 매달리는 아슬아슬한 상황이 생기지만 서준은 가까스로 그를 구한다. 같은 시각 서준의 아내 '미연(원진아)'에게 전화가 걸려온다. 자신을 변호사라고 소개하는 남자는 남편 서준의 친구라고 한다. 그는 서준이 일하는 현장에서 사고가 있었는데, 추락한 사람이 사망했다고 말한다. 서준에게도 과실이 있어 그가 경찰서에 있다는 말에 미연은 황급히 남편에게 전화를 걸지만 받지 않는다. 다급해진 미연을 향해 남자는 합의금을 지불하는 것이 더 나을 거라 설득하고, 미연은 7천만 원이라는 거액의 합의금을 이체한다. 하지만 이후 서준에게서 전화가 걸려오고, 미연은 보이스피싱에 당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녀는 다급히 은행으로 달려가지만, 이미 모든 돈은 인출된 상황이다. 그리고 다시 그 남자에게서 전화가 걸려온다. 미연은 돈을 돌려달라고 사정하지만, 그는 미연을 조롱한 후 전화를 끊는다. 허망해진 미연은 바뀐 신호를 확인하지 못한 채 길을 건너다 교통사고를 당한다. 그런데, 보이스피싱을 당한 것이 미연뿐만이 아니었다. 당시 건설현장에 있던 직원들 대부분이 한꺼번에 당했다. 범죄 조직은 현장소장에게 전화를 걸어 보험회사를 옮긴다는 거짓말로 직원들의 신상을 확보했다. 그리고 직원들의 가족이 접속한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그들의 정보까지 확보한다. 공사현장에 신호 방해기기를 놓아 연락이 안 되는 상황을 연출하고, 그 틈을 이용해 직원들의 돈을 빼갔다. 서준은 처참한 광경을 맞이한다. 책임감과 죄책감으로 뒤덮인 현장소장은 스스로 생을 마감했고, 그의 장례식장에서는 딸의 수술비를 몽땅 잃은 직원이 울부짖고 있다. 게다가 자신의 아내는 사고로 병원에 누워있다. 소중한 사람들을 무너뜨린 것은 돈 30억이다. 서준은 이 돈을 찾기 위해 보이스피싱 조직을 추적하다, 그들의 본거지인 중국의 콜센터에 잠입하게 된다. 그리고 전화 속 목소리의 주인공이자, 기획실 총책 곽 프로 (김무열)을 만나게 되는데. 과연 서준은 무사히 돈을 찾아 아내의 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변요한 그리고 김무열, 배우들의 연기력이 만든 몰입도

이 영화를 보면 배우들의 연기력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영화는 리얼한 현실을 담았다고 하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도 존재한다. 특히 주인공이 보이스피싱 조직에 잠입하는 과정은 개연성이 아주 많이 떨어진다. 그럼에도 이 영화에 몰입할 수 있는 건, 단연 배우들의 연기력이다. 변요한이 맡은 캐릭터 '서준'은 아주 절박해야 한다. 그리고 변요한이 연기한 절박함은 개연성 떨어지는 잠입 과정도 정말 급박해 보인다. 그가 분노하는 모습은 연기가 아니라 실제 분노와 같았다. 99%의 액션을 대역 없이 직접 소화했다고 하는데, 리얼한 액션 덕에 허술한 스토리를 잊게 만들었다. 그리고 단연 이 영화에서 눈에 띄는 건 배우 김무열이다. 이전 포스팅에서도 말했다시피 김무열의 얼굴엔 선과 악이 공존한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그걸 여실히 보여준다. 범죄 조직의 브레인인 그는 타깃의 심리를 이용해 돈을 입금하게 만든다. 누군가를 협박해서 돈을 갈취하는 것이 아니라, 희망과 공포를 이용해 사람을 가지고 논다. 선에서 악으로 넘어가는 과정을 제대로 보여준다. 심지어 밑바닥 인생을 살고 있는 직원들을 구슬려 목표를 이루게 만드는 걸 보면 더 와닿는다. 적어도 그 직원들에게는 구원자나 다름없는 선인이다. 그리고 김무열이 보여주는 악은 무작정 분노하고 폭력을 휘두르는 멍청한 악이 아니다. 김무열이 악역을 맡는다면 기대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뻔한 악역이 아니라서 이번에는 또 다음에는 어떤 악역을 연기할지 기대하게 만든다. 한편, 두 배우뿐만 아니라 조연의 라인업도 화려하다. 배우 김희원, 박명훈, 조재윤, 이주영 등 이미 연기력으로 입증받은 배우들이다. 이름만 대면 알법한 배우들인데 영화에서 크게 화제 되지 못했다. 그들이 연기를 못해서가 아니라 이들이 부여받은 캐릭터가 매력이 없기 때문이다. 서사도 없고, 개연성도 없는 캐릭터다. 그러니 연기력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이 정말 없었고, 그래서 아쉬웠다.

피해자에게는 아무 잘못이 없다 그러나 경각심을 가질 필요는 있다

보이스피싱을 실제 당하는 사람들은 경계심이 많은 사람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나는 절대 안 당해.', '저걸 왜 속아?'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실제 당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는 것. 그러니까 멍청해서 당하는 것도 아니고, 속은 사람이 바보라는 게 아니다. 저런 거에 왜 속냐며 피해자를 다그치고, 탓하면 안 된다. 영화에서도 보여주듯이 보이스피싱은 체계적인 범죄다. 수천 명의 개인정보로 팀을 이뤄 그들의 공감과 공포를 불러내는 범죄이기에 누구나 당할 수 있다. 특히 변작 기와 가로채기 앱 등을 통한 범죄에서는 속수무책이다. 범죄의 수법은 나날이 발전하기 때문이다. 나는 112를 직접 눌러서 경찰서에 전화를 해도, 혹시나 보이스 피싱일까 의심되어 부모님 또는 자녀에게 전화를 걸어도 변작 중계기와 가로채기 어플을 통해 범죄 조직이 가로채 전화를 받는다. 하물며 010-1234-5678이라는 가상의 번호가 있다고 치자. 그리고 내가 이것을 지인의 이름으로 저장해놨다면 국제전화번호인 001, 00700등을 이용해 전화하면 감쪽같이 속게 된다. 00700010-1234-5678로 번호를 바꿔 걸면, 내가 저장한 지인의 이름이 뜨기 때문이다. 발신번호가 아닌 저장된 이름을 보고 전화를 받기 때문에 속게 되는 것이다. 영화에서는 이걸 잘 보여준다. 범죄조직이 얼마나 체계적인지 말이다. 이들의 범죄는 일사불란하게 일어난다. 각자의 역할에 충실해 돈을 입금한 순간 분산해 인출한다. 피해자가 사기라는 사실을 바로 알게 된다 해도 이미 돈은 빠져나가고, 되찾는 방법은 사실상 없다고 보면 된다. 이는 절대로 피해자가 무지해서도 아니며, 경찰이 무능해서도 아니다. 그냥 그들이 악랄한 것이다. 하지만 경각심을 가질 필요는 있다. 그리고 남의 눈에서 피눈물 흘리게 하면 언젠가 배로 돌려받는다. 돈을 쉽게 벌려고, 단순 호기심으로 보이스피싱에 가담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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