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정직한 후보, 진정한 블랙 코미디?

 

어제까진 뻥쟁이, 오늘부터는 정직한 후보?!

영화 정직한 후보는 거짓말이 제일 쉬운, 거짓말이 습관인 3선 국회의원 '주상숙(라미란)'이 선거를 앞두고 거짓말을 못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주인공 주상숙은 변호사 시절 거대 보험사와 싸워 승소한 전적이 있다. 그것을 이용해 약자들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으로 자리매김한다. 국민들 앞에서 청렴하고, 서민들을 위한 일꾼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실상은 서민들을 제 일꾼으로 생각하는 상숙이다. 4선에 당선되기 위해 거짓말을 일삼는 그런 국회의원이다. 그런 상숙에겐 할머니가 있었는데 상숙의 정치활동에 이용당해 산속에 숨어 지내고 있었다. 어느 날 할머니 옥희는 손녀가 거짓말하지 않게 해달라고 소원을 빌고 그 소원이 이뤄져 상숙은 '진실의 주둥이'를 갖게 된다. 결국 상숙은 선거를 앞두고 여기저기서 실언을 하며 연일 화제에 오른다. 그러나 이런 위기를 기회로 바꾸며 거짓말을 못하는 정치인으로 콘셉트를 잡고 솔직한 정치인으로 거듭난다. 국민들은 이러한 사이다 같은 상숙의 솔직함에 사로잡히고, 상숙은 단숨에 유력 후보로 등극하며 4선 당선에 한 발짝 다가선다. 하지만 또 다른 시련이 등장한다. 과연 상숙은 4선에 성공할 수 있을까?

빵빵한 배우 라인업, 단연 빛나는 라미란

영화 정직한 후보의 출연진은 그야말로 탄탄한 라인업이다. 라미란, 나문희, 김무열, 윤경호 등 이름만 봐도 연기력 출중한 배우들이 함께한다. 주연과 조연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을 정도로 열심히 연기하는 배우들 덕분에 영화의 완성도가 훨씬 더 높아졌다. 그중 가장 돋보이는 배우는 단연 주연인 라미란 배우다. 그녀는 주상숙이라는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표현했고, 적절한 강약 조절을 통해 극을 이끌어 나갔다. 영화 <걸 캅스>의 주연을 맡았을 당시에, 여배우를 필두로 한 작품은 제작도 어렵고 흥행도 어렵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낸 바 있다. 그럼에도 더 많이 제작되어서 그 한계를 넘고 싶다는 의지를 밝혔었다. 그녀의 소망은 이번 작품에서 통했다. 여배우 원톱 물에서 느껴지는 한계는 느껴지지 않았고, 영화는 흥행했다. 라미란이 다했다는 평가를 얻으며 주연배우의 입지를 단단히 굳혔다. 이는 '2021 청룡영화제'에서 라미란이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충분히 입증했다고 생각한다. 

이보다 더 리얼할 수는 없다. 현실감이 살아있는 영화

영화 정직한 후보는 정치인을 사정없이 풍자하는 것으로 화제를 모았다. 실제 국회의원들도 저러지 않을까? 하는 의문을 품게 만들면서 말이다. 사람들이 이렇게 현실감을 느끼는 데는 이유가 있다. 영화를 제작한 장유정 감독은 시나리오를 영상화하면서 가장 공들인 부분이 바로 '리얼리티'라고 밝혔다. 실제로 장유정 감독은 보궐선거 기간 동안 매일같이 취재를 다녔고 그렇게 경험한 후보들의 유세현장을 그대로 영화 속에 옮겼다. 이러한 현실감을 살리기 위해서 선거관리위원회부터 정치계 전문가들에게 끊임없이 자문을 구하고 국회의원들 인터뷰까지 했다고 한다. 심지어 영화 제작부에는 '팩트체크'팀을 따로 둘 정도로 철저하게 준비했다고 한다. 장유정 감독은 현실에서 가져올 수 있는 부분들을 최대한 작품 속에 반영하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영화 속 배경은 하이퍼 리얼리즘에 가까웠다. 입에 착착 붙는 선거송과 칼군무는 물론 실제 국회의원 같은 배우들의 실감 나는 연기까지. 특히 영화 초반부 주상숙이 비리 정치인들과 저지르는 주식 내부거래, 재단비리, 자녀 군입대 비리 등은 지독하리만큼 현실과 닮았다. 이외에도 보좌관에게 주어진 막대한 업무량, 외국인 노동자에게 불합리한 근무환경 등 대한민국 사회가 지닌 문제를 여과 없이 꼬집었다. 최근 정직한 후보가 시즌2를 개봉했다고 한다. 시즌2를 제작할 정도로 사람들에게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은 가장 큰 이유는 장유정 감독의 이러한 노력이 빛을 발한 것이다.

확실한 웃음 공약, 진정한 블랙코미디?

블랙 코미디란 잔혹하고 통렬한 풍자를 내용으로 한다. 그런 점에서 <정직한 후보>는 블랙코미디라고 볼 수 있다. 분명 웃고 있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현실에 씁쓸함이 조금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농도가 짙은 영화는 아니다. 작정하고 풍자하며 현실을 꼬집는 다기보다는 웃음에 더 많은 포인트를 뒀기 때문이다.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영화도 아니고 가볍게 웃으면서 볼 수 있는 킬링타임용 코미디다. 스토리에도 허술함이 느껴진다. 라미란의 원맨쇼를 보다 보면 영화가 갑자기 얼렁뚱땅 끝나는 느낌이 든다. 기본적으로 스토리가 있다기보다는 거짓말을 못하는 입이라는 주제 하나만을 놓고 모든 것을 배우들에게 맡겨버린 느낌이다. 진정한 블랙코미디를 기대하고 본다면 실망할 수 있다. 단순 코미디 영화에 훨씬 더 가깝기 때문이다. 현재는 넷플릭스, 티빙 등 다양한 OTT에서 볼 수 있으니 가벼운 영화를 보고 싶다면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