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극적인 소재, 그러나 실화 바탕 제작 스릴러
영화 <공모자들>은 범죄, 스릴러 영화로 현재 <늑대사냥>의 연출을 맡은 '김홍선' 감독의 충무로 데뷔작이다. 영화의 소재는 '장기밀매' 그리고 '납치'다. 듣기만 해도 거북하고 잔혹한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좋은 평가를 받았으며, 김홍선 감독은 제33회 청룡영화제 신인감독상을 수상했다. 2012년 개봉한 이 영화는 '신혼부부 실종사건'을 모티브로 제작해 화제가 되었다. 2009년 중국으로 신혼여행을 간 부부에게 일어난 사건이다. 남편이 트렁크에 짐을 싣고 있을 때, 택시기사가 먼저 탑승한 아내를 납치한다. 두 달 후, 아내는 장기가 적출된 상태로 발견되는 끔찍했던 사건으로, 각종 시사 프로그램과 뉴스에서 이를 다루기도 했었다. 이 이야기를 실제로 전부 담아내는 것은 아니다. 위와 같은 다양한 사건을 조합해서 하나의 이야기로 만든 영화다. 실제를 기반으로 했지만 픽션도 존재한다. 상업영화인 만큼 흥행과 수익에 초점을 맞춰야 했지만 김홍선 감독은 의견이 달랐다. 수익을 위해 편집으로 범죄와 유혈을 지워내 15세 관람등급을 받느니, 다 보여주고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겠다는 의견을 보였다. 이를 반영하여 영화는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으로 개봉했다. 덕분에 영화는 잔혹한 현실을 그대로 담아낼 수 있었고, 개봉과 함께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며 '사람이 제일 무섭다'는 평과 함께 흥행했다. 영화는 철저한 사전 취재를 통해 실제상황을 완벽하게 재현했다. 다만 불편했다는 사람 또한 많았다. 자극적인 소재, 난무하는 욕설, 그리고 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도무지 무엇인지 알 수 없다는 평가까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영화는 OTT에서 인기 영화로 분류되며 다시 한번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
사람들의 심장이 거래되고 있다. 최초의 범죄 스릴러 (결말 포함)
3년 전, 장기적출과 매매를 일삼던 장기밀매 총책 '영규'와 운반책 '준식'은 동료의 죽음 이후로 중국 따이공과 보따리상을 대상으로 밀수품을 거래하며 살고 있다. 그런 영규에게 친절한 '유리'. 그녀는 여객선 터미널 매표소 직원이고, 그녀의 아버지는 심장병을 앓고 있어 이식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공여자 측에서 이식을 거부하는 바람에 유리는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중개인인 '동배'를 찾아간다. 동배는 약점을 이용해 영규를 장기밀매에 끌어들인다. 그를 끌어들여야 출장 의사인 '경재'도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유리가 동배와 접촉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영규는 다시 그 일에 발을 들인다. 이들은 그 일의 대상인 사람을 '물건'이라고 부른다. 물건의 사진을 받고, 배 안에 숨겨진 비상키로 객실에 침입하여 납치한 다음, 사우나에서 적출한다. 그리고 따이공을 이용해 입국 심사를 통과한 후 의뢰인에게 전달하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치밀하게 짜서 움직인다. 한편, 아버지의 심장이식을 받기 위해 유리는 동배를 통해 소개받은 중국의 한 병원에 예약을 하고 배에 오른다. 그리고 같은 날, '상호'는 몸이 불편해 휠체어를 탄 아내 '채희'와 함께 여행을 위해 같은 배에 오른다. 간식을 사기 위해 잠시 자리를 비웠던 상호는 객실로 돌아가 아내가 사라진 것을 알게 된다. 그는 아내를 찾아 배 이곳저곳을 수색하고, 휠체어를 타고 있던 아내를 기억한 유리는 그를 도와준다. 같은 시각, 배 안의 사우나에서는 영규의 일당이 납치한 채희의 수술을 준비한다. 3년 전 출장 의사 경재가 술을 마시고 작업하다가 중간에 '물건'은 마취가 깨서 도망쳤고, 배 안에서 사람들이 발견해버린 탓에 동료가 '물건'과 함께 바다로 추락했던 적이 있다. 그때처럼 실수하면 또 누군가는 희생되어야 하기 때문에 이번에는 철저히 준비한다. 한편, 영규는 의뢰인에게 보낼 증거 영상을 촬영하던 중 채희가 예전 바다로 뛰어들었던 동료의 여동생임을 알게 된다. 드디어 작업을 시작하려는 순간 채희는 마취에서 깨 소리를 지른다. 배 안에서 채희를 찾던 상호와 유리는 비명소리를 듣고 사우나로 들어서는데, 아내는 찾지 못한다. 한편 작업을 마친 이들은 장기를 보관한 상자를 따이공에게 건네고, 시신은 가방에 담아 휠체어와 함께 바다에 버린다. 다음날, 여전히 채희가 보이지 않자 상호는 중국 공안에게 신고하지만, 탑승자 명단에 채희가 없다. 함께 찍은 사진도 사라졌다. 그는 모두가 한통속임을 알게 된다. 그런데 채희는 살아있었다. 채희를 알아본 영규와 경재는 그녀를 경재의 캐리어에 숨긴 다음 가짜 시체와 빈 상자를 준비했던 것이다. 그들의 도움으로 피신한 채희는 상호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청한다. 하지만 준식이 먼저 찾아왔다. 준식은 그녀를 도운 경재를 제거하고, 채희를 중국의 한 병원으로 데려간다. 일을 마무리하기 위해서다. 알고 보니 준식은 동배와 한편이었다. 이번 일을 마무리하고 동료들을 제거한 후 혼자서 한국으로 귀국할 예정이었는데 일이 틀어졌던 것이다. 영규는 경재와 연락이 닿지 않아 찾아가지만 이미 현장은 아수라장이다. 뒤늦게 병원으로 향했지만 이미 채희는 빈 껍데기만 남았다. 한편, 심장이식을 위해 같은 병원에 누워있던 유리의 아버지 또한 같은 상황이다. 그리고 뒤늦게 나타난 상호는 별다른 반응이 없다. 알고 보니 이 모든 일들은 지난 3년 동안 치밀하게 계획된 시나리오였다. 3년 전, 채희 오빠의 장례식에서 영규는 그녀에게 돈을 주었고, 돈을 돌려주려 나온 채희는 한 보험사 직원의 차에 치인다. 알고 보니 그 직원은 상호와 한패였고, 그렇게 채희의 혈액형이 RH-임을 알게 된 상호. 사고로 하반신 마비를 겪는 채희에게 접근한 상호는 그녀의 마음을 얻어 결혼식을 올리고, 3년 만에 여행을 핑계로 일을 진행한 것이다.
역시 제일 무서운 건 사람이다
영화는 반전의 반전을 거듭한다. 마냥 허구의 이야기라면 이렇게 까지 무섭지 않을 텐데, 지금까지도 이런 사건들이 계속 일어나는 걸 보면 무서울 수밖에 없다. 영화가 던져주는 교훈 같은 메시지는 없다. 다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에는 충분하다. 역시 돈과 사람이 제일 무섭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반전을 주기 위해 스토리를 비틀면서 개연성이 부족한 부분은 있지만 크게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은 없다. 생각보다 굉장히 잘 만든 영화라고 생각한다. 개봉 당시 영화관에서 관람했었다.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만들었다는 것을 알고 기겁했던 기억이 난다. 당시 각종 시사프로그램에서도 이런 사건에 대해 다뤘었다. 병원과 중개인이 결탁해서 사건에 가담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때의 충격은 아직도 생생하다. 감독의 최근작인 <늑대사냥>보다 오히려 데뷔작인 이 작품이 훨씬 괜찮게 느껴질 정도로 훌륭한 작품이다. 자극적인 소재와 연출인 것만 빼고 본다면 스릴러 영화 중에 탑으로 꼽을 수도 있다. 주연배우인 '임창정'과'최다니엘'의 연기력은 단연 최고다. 영화를 끝까지 보기 전까지 최다니엘의 반전은 눈치채기도 힘들 정도였고, 임창정은 선인과 악인의 양면성을 잘 드러냈다. 그 덕분에 영화는 중심을 잘 잡고 이끌었다. 이 작품은 두 배우 그대로 시즌2가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오래된 작품이지만 지금의 현실과도 맞물리는 부분이 많다. 심지어 더 자주, 더 많이 일어나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런 사건에 큰 충격을 받기보다 무뎌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러니까 이 시점에 다시 한번 더 현실 같은 영화로 나와준다면 많은 이들의 경각심을 다시 한번 일깨워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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