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만에 디지털 리마스터링으로 돌아온 명작
배우 공효진, 신민아 주연의 영화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는 2009년 4월 개봉 이후 14년 만에 리마스터링 되어 개봉했다. 지난 8월에 열린 서울 국제 여성영화제에서 상영된 이후 영화관에서 상영을 시작했다. '부지영' 감독의 데뷔작이자, 독립영화로 2008년 제13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 파노라마' 섹션에 소개되어 시대를 앞서간 영화로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다. 현재 개봉을 한 작품이라고 해도 손색없을 정도로 신선한 스토리다. 시대를 앞서갔다는 평가가 정확하다. 외모와 성격, 취향은 물론 사고방식까지 전혀 다른 자매 '명주'와 '명은'이 갑작스러운 어머니의 죽음을 계기로 오래전에 자취를 감춘 명은의 아버지를 찾아 떠나는 과정을 그린 로드무비다. 스토리보다 반전 결말에 주목을 많이 받았던 작품이지만, 결말까지 가는 진행과정이 특별하다. 탄탄한 스토리에 힘입어 영화는 2009년 동유럽의 칸이라는 별명을 가질 정도로, 유럽의 중부와 동부에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카를로비 바리 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될 정도로 화제가 된 바 있다. 지금까지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는 공효진, 신민아 두 배우의 젊은 시절을 볼 수 있다. 지금과 다르게 한층 풋풋한 그들의 옛날 연기를 다시 보는 것도 하나의 묘미다. 촌스럽기보다 앳된 두 배우의 사랑스러움이 묻어난다. 배우들도 재개봉이 반가운지 각종 sns를 통해 활발한 홍보를 이어가고 있다.
잔잔한 전개 속에 담긴 충격과 반전의 결말 (결말 포함)
모든 것이 전혀 다른 자매 언니 '명주'와 동생 '명은'. '명주'는 털털하고 화끈한 성격으로 어머니의 생선가게를 물려받아 제주도 고향집을 지키고 있다. 반면, '명은'은 명석하고 예민한 성격을 가졌다. 대기업에 다니는 커리어 우먼이고, 대학에 들어간 이후로는 집에 발길을 뚝 끊었다. 이처럼 두 사람은 직업, 성격, 사고방식까지 모든 것이 다르다. 두 사람은 어머니는 같지만, 아버지가 다르다. 그렇기에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 사이에서 생긴 좁힐 수 없는 간극을 당연시하면서 살아왔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작스럽게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두 자매는 고향집으로 내려간다. 그리고 명은은 명주를 설득해 아버지를 찾으러 가자고 한다. 명주는 아버지의 얼굴을 알지만, 명은은 모르기 때문이다. 그렇게 두 사람은 아버지를 찾기 위한 여행을 떠난다. 오락과 술을 좋아하는 언니 명주와 달리 명은은 아버지를 찾는 목적만 달성하면 그만이다. 그렇게 전혀 다른 성격과 여행의 목적 때문에 두 사람은 시종일관 부딪히게 된다. 식당에서도 명주는 술 한잔 하려 하지만, 명은은 그런 명주에게 화가 나고 두 사람은 운전 중에 다투게 되며 교통사고가 난다. 사고 이후 명주는 명은의 아빠에 관한 힌트를 주기 시작한다. 아빠는 항상 널 지켜보고 있을 거라며 힌트를 준다. 어린 시절, 명은의 아빠는 다른 남자들과 달리 유독 자상했다. 그는 명주에게 일본으로 수술을 받으러 간다며, 돌아올 거라는 약속을 남기지만 돌아오지 않는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두 자매는 이모와 엄마와 함께 살아간다. 명은은 어린 시절 아버지가 없어 놀림을 당했다. 일일교사로 아버지가 와서 수업을 하는데, 명은만 이모가 대신 참여했고 친구들은 그런 이모의 목소리가 이상하다며 비웃기까지 한다. 아버지의 부재로 고통을 받으며 살아온 명은은 어머니의 죽음 이후, 아버지를 찾아서 떳떳하게 성공한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결심했던 것. 여행 중 명주의 추천으로 두 자매는 놀이공원에 가게 되고, 놀이기구를 타며 명은은 자신의 어린 시절과 마주한다. 이모는 늘 자신의 옷을 지어줬던 기억과 명주가 줬던 아빠에 대한 힌트가 오버랩되며 진실과 마주한다. 다름 아닌 이모가 성전환 수술을 한 아빠였다는 사실. 진실을 알게 된 명은은 늘 곁에 있으며 아낌없는 사랑을 줬던 이모에게 미안한 감정과 복잡한 감정이 들어 오열한다. 그리고 명은은 진실을 당당히 마주하기 위해 이모를 만나러 간다.
반전에 가려진 숨은 명작
2009년에 개봉했던 영화인 만큼 두 주연배우인 공효진과 신민아의 앳된 모습을 볼 수 있다. 지금까지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는 배우들이라 옛날 모습을 보니 조금 어색한 느낌도 있지만 두 배우의 연기력은 명불허전이다. 지금의 농익은 연기와는 다르게 풋풋하지만 그마저도 괜찮다. 영화는 굉장히 신선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색다른 것은 아니고, 잔잔함 속에 뻔한 가족영화처럼 흘러간다. 결말을 제외하고는 평이한 스토리다. 그렇기 때문에 아버지를 찾아 나서며 자매가 서로를 이해하며 성장하는 이야기쯤으로 마무리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반전 결말은 이런 편견을 산산이 부순다. 식스센스 이후 최고의 반전이라는 평가가 왜 있는지 사뭇 깨달았다. 영화는 시대를 한참 앞서갔다. 영화 속 배우들의 앳된 모습과 옛날 방식의 연출을 제외하고, 스토리만 놓고 보면 요즘 만든 영화라고 해도 손색없을 정도다. 과연 당시에도 '트랜스젠더'라는 소재가 있었나, 성전환 수술이라는 것을 모든 관객들이 이해할 수 있었을까 생각했다. 지금은 흔한 일이고,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성별을 바꾼 사람들을 볼 수 있다. 그들을 이해하지는 못하더라도 존중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가고 있다. 이 작품이 대단하다고 느끼는 이유는 이런 발 빠른 시도가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너무 잘 풀어가서 극찬을 받았던 것 같다. 작품에는 독립영화 특유의 감성이 있고, 반전조차도 잔잔하게 연출된다. 눈이 뜨일만한 충격적인 반전이지만, 그것을 지나치게 연출하지 않는다. 영화의 호흡이 처음부터 끝까지 비슷하다. 그게 누군가에게는 굉장한 지루함으로 느껴질 수도 있는 부분이기에 상업영화를 지향하는 사람이라면, 굉장히 심심하다고 느껴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영화가 주는 메시지는 비교적 정확하다. 사랑의 다양한 형태 그리고 그 속에서 변하지 않는 본질을 이야기한다. 다만 보는 관점에 따라 이걸 사랑의 본질로 해석할지 아니면 한낱 인간의 이기심으로 볼 지는 충분히 갈릴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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