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가 바탕이 된 영화
2006년 개봉한 미국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앤 해서웨이', '메릴 스트립' 주연의 영화다. 당시 같은 이름의 베스트셀러 소설의 원작을 바탕으로 제작했다. 원작은 잡지 '보그'의 편집장 '안나 윈투어'의 비서로 일한 작가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자전적인 내용을 담았고, 사실적인 묘사가 더해져 큰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영화는 원작과 많은 부분이 다르게 각색되었다. 그러나 원작 소설보다 영화가 훨씬 더 재밌다는 호평이 압도적이다. 개봉한 지 15년이나 지난 지금도 여전히 영화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실제를 바탕으로 제작된 만큼 주인공 '미란다 프리슬리'의 모델인 '안나 윈투어'는 영화 개봉에 대해 심한 거부감을 보였다고 한다. 이 영화에 찬조 출연이라도 하는 사람은 디자이너든 모델이든 본인과 담쌓을 각오를 하란 말까지 덧붙일 정도로 못마땅해했다. 그도 그럴 것이 영화 속에서 상사의 사적인 일에 동원되고, 사적인 감정으로 일이 진행되는 등 다양한 괴롭힘과 착취가 이뤄지는데 이게 실제로 일어난 사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보그'는 2014년 위와 같은 이유들로 인턴사원들에게 소송을 당했고 당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게다가 안나 윈투어에게 찍힐까 봐 상당수의 디자이너 및 패션계 종사자들은 영화에 협찬하는 것과 출연을 꺼렸다. 그래서 협찬을 받는 것이 어려웠고 결국 의상비가 가장 많이 들어간 영화 중 하나가 되었다. 그래서 제목과 다르게 '프라다'는 몇 벌 안 나온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진행과정에서의 잡음이 무색할 정도로 막상 개봉되자 안나 윈투어는 프라다를 입고 직접 시사회에 참석했고, 영화를 본 후에는 '정말 재밌다, 영화에 100% 몰입했다'며 아낌없는 칭찬을 건넸다.
화려함, 그 뒤에 감춰진 치열한 전쟁
주인공 '앤디 삭스'는 꿈을 위해 시골에서 뉴욕으로 상경한다. 그녀의 꿈은 저널리스트. 하지만 경력이 없어 번번이 언론사 입사에 낙방하면서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다 패션 매거진 회사 '런웨이'의 면접을 보게 된다. 평소 패션에는 관심도 없는 앤디는 면접장에서부터 비웃음을 당하지만, 그럼에도 굴하지 않고 본인의 영리함을 어필한다. 한편, 런웨이의 편집장인 미란다는 그녀의 당돌함에 호기심을 느끼고 채용한다. 하지만 패션에 관심이라고는 없었기에 앤디는 열정 넘치는 패션 종사자들과 어울리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편집장 미란다는 까다롭기로 악명이 높았고, 그런 그녀의 비서로서 일을 하는 게 만만치가 않다. 앤디는 24시간 내내 밤낮없이 울려대는 전화를 받아야 하고, 본인은 물론 주변 사람을 챙길 수 없을 정도의 지나친 업무강도, 게다가 미란다의 사적인 업무까지 처리해야 하는 강도 높은 근무에 점점 지쳐간다. 하지만 기자의 꿈을 이루기 위해 딱 1년만 버티고 이직하자 생각한다. 하지만 업무 강도는 줄어들기는커녕 점점 심해져가고, 우울해진 앤디는 동료 '나이젤'에게 불평을 늘어놓는다. 하지만 그런 그녀에게 돌아오는 건 '정말 최선을 다한 것이 맞냐'는 나이젤의 따끔한 충고. 남들은 런웨이에 입사하기 위해 죽는시늉도 하는데, 앤디 넌 싫은 티만 팍팍 내고 있다'며 일침을 가한다. 앤디는 이 말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벨트 하나 가지고 열정적으로 대화하는 패션업계 사람들을, 비슷해 보이는 색깔 가지고 입씨름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었고, 이해하려는 노력조차 안 하는 사람이 본인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결국 제대로 된 노력이라는 걸 하지 않았음을 깨달은 앤디는 나이젤의 도움을 받아 다시 한번 제대로 해보기로 마음먹는다. 앤디는 런웨이에 어울리는 패션으로 바꾸고 적극적으로 업무에 임한다. 그렇게 일의 능률이 오르자 미란다도 그녀를 눈여겨보기 시작한다. 앤디는 결국 미란다의 비서일을 척척 해내던 수석비서 '에밀리'까지 제치며 인정받기 시작한다. 그러나 직장에서 인정받을수록 앤디는 자신을 잃고, 친구들을 잃고, 남자 친구에게 이별통보까지 받게 된다. 그리고 점점 저널리스트였던 자신의 꿈조차도 잃어가게 된다. 이제 막 인정받기 시작한 앤디는 꿈을 좇아야 할지, 아니면 이곳에서 더 충실해야 할지 고민하게 되는데, 과연 앤디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성공이란 무엇인가
위와 같은 격언이 생각나는 영화다. '나'라는 것쯤은 버려야 '성공'할 수 있는 현시대가 반영되어있다. 무려 16년 전 영화임에도 말이다. 그만큼 시간이 흐를수록 훨씬 치열한 경쟁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우리는 성공을 위해 직장상사의 무리한 지시도, 부당한 부분도, 하물며 폭언도 참아내며 회사에서의 '내 자리'를 지키기 위해 애쓴다. 주변 사람들은커녕 나를 챙길 여력도 없이 내 자리를 지키기 위해 야근은 물론 주말출근도 불사한다. 그리고 항상 꿈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한다. 영화는 많은 교훈적인 메시지를 던져준다. 누군가는 단순히 '꼰대(old folks)를 옹호하는 작품이다. 요즘은 다르다.'라고 말하지만 이만큼 사회초년생의 입지와 생각들을 잘 담아낸 영화는 없다고 생각한다. 사회초년생이라면 꼭 봤으면 좋겠는 영화 중 하나이고, 직장생활에 어느 정도 접어든 사람이라면, 사회를 겪어본 사람이라면 공감을 일으키는 것은 물론 다양한 생각을 들게 하므로 꼭 봤으면 좋겠다.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명작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유는 영화 속 여러 이해관 계가 시간이 흐르며 다양한 관점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10대 때 마냥 부러워하며 꿈꾸던 로망 같은 생활이 사회초년생일 때는 그저 힘들게 느껴지고, 이러한 시기들이 지나면 나 또한 이해하지 못했던 상사들처럼 행동하고 있는 순간을 볼 때가 있고, 그들을 이해할 때가 오기도 한다는 것을 영화는 잘 담아내고 있다. 영화가 주는 메시지는 딱 하나다. 그 어떤 순간에도 삶 속에서 나 자신을 잃지 말라는 것. 그런 의미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고 힘든 오늘, 작은 위로를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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