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범죄영화와의 차별점
국내 영화 <원라인>은 2017년 3월에 개봉한 범죄 오락영화다. '양경모'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았으며, 그의 첫 상업영화다. 배우 '임시완', '진구', '박병은', '이동휘', '김선영'등이 활약하며 화려한 라인업을 자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했다. 그야말로 흥행에 실패했다. 그러나 흥행 여부와는 별개로 영화는 명작이다. 스토리가 탄탄하다. 2000년대 중반 극성이었던 신종 사기범죄 '작업대출'을 소재로 한다. 당시 CCTV의 활용도가 낮았던 점, 통화와 문자만 가능했던 피처폰 사용, 허술한 디지털 사용을 제대로 담았다. 시대적인 배경을 현실감 있게 그려낸 것이다. 그러나 범죄 오락 영화답게 무거운 소재를 가볍게 표현하려고 많은 공을 들였다. 덕분에 한국의 범죄 영화 중 가장 불편한 부분이 적은 영화다. 캐릭터들의 매력도 넘친다. 영화 속에서 단순한 악인은 없다. 범죄영화라고 해서 선과 악을 구분 짓는 뻔한 스토리를 벗어나고 싶은 감독의 생각이 잘 담겨있다. 악인으로 치부될 수 있는 캐릭터조차 단순 악에서 시작한 캐릭터는 없다. 모든 것은 욕망으로부터 시작된다. 연기력이 출중한 배우들이 입체적인 캐릭터를 제대로 살려내며 관람객들 사이에서는 숨겨진 명작이라고 불린다. 131분이라는 결코 짧지 않은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다는 평이 대다수다. 그만큼 극의 전개 속도가 빠르다. 5년 동안 시나리오를 구상했다던 감독의 말에는 이유가 있었다. 탄탄한 스토리에 재미까지 살린 영화로, 현재는 넷플릭스와 티빙, 웨이브에서 감상할 수 있다.
실제 중개인들이 말하는 신종 사기
영화에 등장하는 소재 '작업대출'은 실제로 2006년~2008년쯤 활발하게 이뤄졌던 사기다. 실제 작업대출 중개인들은 본인들이 하는 행위가 범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금융회사의 대출 시스템이 부조리하다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다. 진짜 돈이 필요한 이들이 대출을 받을 수 없는 시스템이 불공평한 것이라며, 본인들은 진짜 돈이 필요한 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이라고 한다. 그들은 굉장히 이율배반적인 원칙을 가졌다. 하지만 엄연히 범죄행위다. 영화에 등장하는 '박 실장'이라는 인물의 모습은 실제 작업대출 중개인들의 모습을 담았다. 일부 중개인들은 은행에 수시로 간다. 가서 대출상담을 받는다. 그리고 창구 직원의 성격을 파악한다. 대출을 쉽게 해 줄 것 같은 느낌이 들면, 그 창구직원에게 집중적으로 대출을 받게 한다. 이들은 치밀하게 움직인다. 새로운 대출 상품이 나오면 직접 대출도 받는다. 신용등급별로 사람을 모아서 진행한다. 그리고 데이터를 모은다. 어느 직업까지, 어느 신용도까지 대출이 가능한 상품인지 파악하기 위해서다. 현재는 조금 다르다. 금융사의 업무 시스템이 전부 전산화되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작정하고 속이는 중개인들은 잔재한다. 그러니 단순히 옛날이야기라고 치부하지 않아야 한다.
영화 원라인 줄거리 (결말 없음)
주인공 '민재(임시완)'는 평범한 대학생이다. 그는 돈이 필요하지만 학자금 대출까지 받아서 더 이상 대출이 불가능하다. 그렇게 찾아간 작업대출 업체. 그곳에서 장 과장이라 불리는 '석구(진구)'를 만난다. 석구는 민재를 패션 도매업 디자이너로 만든다. 그렇게 위조한 신분으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데 성공한다. 대출 성공 대가로 대출금의 30%를 수수료로 받게 된 석구. 하지만 민재는 수수료를 주기 싫어서 서류심사에서 탈락해 대출을 받지 못했다며 거짓말한다. 이미 대출받은 돈은 철저하게 자신의 후배 통장으로 입금해 놓은 상황이다. 그리고 친구 '혜선(엄지원)'과 통화한다. 미리 말을 맞춰놓은 상태다. 혜선은 은행원 인척 연기하며 대출이 보류되었다고 말한다. 한편, 민재는 이 돈을 이용해 다른 사기를 칠 생각을 한다. 가짜 명품시계를 구매해서 보증서를 위조해 진짜처럼 팔 생각이다. 하지만 방심한 사이 혜선이 그를 배신한다. 그리고 석구는 머지않아 민재가 대출에 성공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의 재능을 높게 평가해, 함께 일하자고 제안한다. 그렇게 작업대출 업계에서 떠오르는 샛별이 된 민재. 환상의 케미를 자랑하며 승승장구한다. 하지만 머지않아 전부 자신들의 속내를 드러내며 조직은 와해된다. 과연 이들은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될까?
뛰는 스토리 위에 나는 캐릭터 (후기)
영화를 보는 내내 들었던 의문이다. 왜 흥행에 실패했을까? 라인업도 괜찮고, 스토리는 더욱 괜찮다. 잔인한 액션이 휘몰아치고, 선과 악이 뚜렷한 범죄영화가 아니다. 그런 점에서 색다른 범죄영화였다고 봐도 무방하다. 소재 자체는 무겁다. 아무래도 실제로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영화는 가볍다. 무거운 내용을 유쾌하게 잘 풀어냈다. 오락영화의 정석이다. 가볍게 풀어내다 보니 전개는 생각한 대로 흘러간다. 하지만 그게 루즈해지지 않도록 사이에 약간의 반전들을 넣었다. 보는 동안 지루한 부분 없이 잘 봤다. 인간의 욕망 그리고 돈을 주제로 해서 몰입도가 높은 편이다. 아주 허구의 판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선과 악이 뚜렷하지 않아서 인물들의 다음 행동이 궁금해진다. 그만큼 캐릭터들의 심리를 잘 묘사했다. 전부 평면적이지 않고 입체적이다. 주연부터 조연까지 한 명도 빠지지 않고 전부 매력적이다. 스토리는 뻔한데, 인물들의 행동이 뻔하지가 않다. 그게 이 영화가 주는 묘미다. 무겁기만 한 범죄영화에 지쳤다면 이 영화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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